
어느 한구석, 빛이 거의 들지 않는 곳에서 귀뚜라미들이 살아간다. 거대한 존재의 사육장이란 사실을 모른채 주어진 먹이를 먹고, 허물을 벗으며 자라나고, 서로를 밀치며 좁은 공간에서 자리 잡으려 애쓴다. 충분한 온기와 먹이가 제공되지만, 이들이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이 공간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그러나 언젠가 다가올 손길을 피할 수 없는 법. 그 손길에 잡히는 순간, 모든 발버둥은 끝이 난다.
이 사회는 마치 거대한 귀뚜라미 농장과 같다.
귀뚜라미 농장에는 규칙이 있다. 무리에서 벗어나면 위험하다. 너무 작거나, 너무 크면 눈에 띈다. 은신처에서 너무 오래 머물면 안전하지만, 결국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나와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잡힌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일정한 틀 속에서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 너무 튀어도, 너무 뒤처져도 위험하다.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듯하다. 우리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손길이 닿는 순간 우리의 생존은 끝나버린다.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는가, 진실을 드러내는가
흔히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권력이 정말 사람을 변화시키는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본모습이 권력을 통해 드러나는 것일까?
농장의 귀뚜라미들 중에서도 유독 잘 크는 개체가 있다. 더 많이 먹고, 더 빨리 자라며, 다른 개체들을 밀어낸다. 하지만 그런 개체일수록 눈에 띄기 마련이다. 가장 커진 순간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힘을 가진 자들은 더욱 주목받고, 더욱 많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권력 그 자체일까, 아니면 권력을 거머쥔 이들의 진짜 얼굴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귀뚜라미들은 사육장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붙잡히지 않으려, 탈출구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아무리 움직여도 결국 잡히게 된다.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하지만 사육장이 아닌, 진짜 바깥세상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 거대한 틀 안에서 단지 다른 구역으로 옮겨갈 뿐일까?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들
우리가 정말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이런 것이 아닐까?
-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사회
-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저당 잡혀야 하는 현실
- 불공정한 경쟁과 만연한 부패
-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미디어
-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대화와 실질적인 변화다. 우리는 이제라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순한 정쟁과 감정적 반목을 반복하는 곳인가, 아니면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곳인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변화하려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서 시작될 것이다.
실제로 귀뚜라미를 도마뱀 먹이용으로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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